써빙프렌즈 공식 블로그

헬로, 쏘피디디의 하이데라바드 생활기_2편 본문

써빙프렌즈/People_써빙프렌즈 사람들

헬로, 쏘피디디의 하이데라바드 생활기_2편

써빙프렌즈 2016. 6. 8. 17:22

저의 대부분의 생활은 1편에서 소개해 드렸던 RPC에서 보내지만,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HIV/AIDS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


HIV/AIDS 환자들을 만나는 건, 제가 이곳 인도로 오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건 바로 제가 HIV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싶은 생명공학과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전공을 통해 AIDS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저의 비전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에 앞서, 환자들의 삶과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HIV/AIDS로 인해 파괴된 그들의 삶의 고통을 나누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HIV/AIDS 환자들을 만나기 위해, 때로는 집이 아닌 움막이나 슬럼으로 찾아가기도 합니다. 현재 80 가정이 저희와 연결되어 있고, 될 수 있으면 직접 그들의 가정을 찾아가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HIV/AIDS 환자 가정 방문


저희가 하는 일이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냥 앉아서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니깐요.


그러나 HIV/AIDS 환자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시간입니다.

HIV/AIDS로 인해 차별과 멸시를 피해 먼 타지로 도망치듯 떠나오기도 하고, 자신이 HIV/AIDS 환자임이 알려질까 외출도 쉽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환자들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에게는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이들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모릅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사이다 한 잔을 대접해 주시는 환자분들. 그들의 사이다 한 잔 속에 전해지는 간절함과 따뜻함에 울컥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가슴 속 한 켠 깊이 숨겨두었던,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시간이기에…정말 겸손히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의 무게만큼 무거운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묻고 담담히 웃음을 보이기도 하는 환자분들. 그들의 상처를 모두 다 이해하고 나눌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함께 아파하며 울어주고 웃어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사랑이 서로에게 전달되는 이 시간만큼, 중요한 변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분들의 아픔과 고통은, 1~2년으로 끝날 수 있는 단기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기에, 저의 눈물과 부족한 공감이 되려 환자분들께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죄책감과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결연 아동의 건강상태(몸무게, 키 등)을 측정하는 모습


그리고 써빙프렌즈를 통해 한국의 후원자분들과 결연되어 있는 34명의 친구들을 한 달에 한번씩 만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HIV/AIDS라는 질병과 가난으로,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버거운 아이들에게 써빙프렌즈 결연 프로그램은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와 식량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고, 후원자님들의 관심과 사랑이 아무 것도 없었던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게 되어 아이들에게 꿈이 생기고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 부모님에게 자신이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결연이 시작 된 지 약 2년 반이 되어 갑니다. 매번 만날 때마다 느끼지만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아이들의 표정과는 전혀 다르게, 점점 밝고 씩씩하게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습니다.


HIV/AIDS 결연 아동과 함께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희망과 사랑을 전해주고, 차별과 질병에 지지 않고 싸워나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친구"로 곁에 있어주고 싶습니다.


이제 인도에서 지낼 시간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얼마나 최선을 다하며 살았는지…’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해보게 됩니다.


처음 써빙프렌즈 봉사단으로 2년을 인도에서 봉사하겠다고 결정할 때는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벌써 마지막 시간을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마지막 시즌을 남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아쉬움을 남기는 시간이 되지 않길 바라게 됩니다.


처음 다짐했던 것처럼, 더 많이 사랑하고 도움의 손길을 나눌 수 있는 다리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단원으로 남은 기간을 잘 보내고 돌아가겠습니다!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