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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는 어떻게 인체에 들어오나?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2. 1. 16:32

 

▲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ema_gd/5222642611/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도 글의 말머리에 사용한 이 빨간 리본의 의미를 아시나요?
이렇게 교차로 꼬아진 빨간 리본은 HIV/AIDS를 의미하는 심볼로,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 세계 에이즈의 날인 12월 1일의 경우 저렇게 가슴에 리본으로 달기도 해요. 혹시 앞으로 저런 빨간 리본을 어디선가 보신다면, 함께 기억해 주세요.

각설하고! 오늘은 조금 과학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 다름 아닌 HIV가 어떻게 인체에 들어오느냐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우리는 AIDS라고 하면 막연하게 무서워하고 피하지만, 정작 HIV가 어떻게 전염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요. 마약이나 성 관계 등으로 전염되는 거 아닌가, 하고 적당히 알고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잘 알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우선 HIV가 '실제로' 감염되는 통로를 볼까요? 제2의 에이즈 창궐 지역인 인도의 경우 (NACO, 2010) 성 관계를 통해 88.7%, 수혈을 통해 1%, 주사기 이용 마약을 통해 1.6%, 모체 감염으로 5.4%라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마약의 경우도 마약 자체보다는 주사기를 통해 피와 피의 접촉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모체 감염의 경우도 뱃속에서는 태반을 통해 태아가 보호되다가 분만 과정에서 만약 피부가 터지고 피와 피가 접촉되는 경우에 감염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감염되었다고 태아가 100%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이에 대비한 약도 있어, 모체 상태를 파악하고 준비하는 경우 모체 감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요약하자면 대체로 피와 피의 접촉 혹은 성과 성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감염된다'는 과정 동안 우리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HIV가 인체로 들어오는 그 과정, 그리고 그 이후 상태가 진행되어 AIDS가 되는 과정을 살펴 봅시다.

1. HIV에서 AIDS까지
우선 HIV가 인체에 들어오게 되면 6개월 정도는 제1기(FIRST PERIOD, WINDOW PERIOD)라고 부르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오는 시기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은데, 이 기간 동안에는 혈액 검사를 해도 HIV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HIV 감염이 의심되면 우선 이 때 검사를 하더라도 6개월 후에 다시 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제2기인 잠복기(ASYMPTOMIC PERIOD, 무증상기)가 옵니다. 이름대로 증상이 없이 HIV가 몸 안에 잠잠히 있는 시기예요. 이 때까지 겉으로는 HIV 비감염자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영양 상태와 신체 상황에 따라 이 시기는 1년에서 10년 넘는 경우까지 제각각입니다. 평상시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운동을 하는 사람, 그리고 평상시에 기초 영양소조차 공급되지 못하는 식사를 하는 사람의 경우굵게는 천지차이겠죠. 

그렇게 잠복기를 얼마간 지내고 나면 제3기, 증상기(SYMPTOMIC PERIOD)가 옵니다. 이 시기에는 서서히 증상이 드러납니다. 여기서 '증상'이라고 하는 것은 '이 병의 경우 이런 증상이 온다'라는 식으로 뚜렷하게 어떻다고 말하기 어려운데요. 흔히 에이즈라고 하면 붉은 반점이라든지 피부 질환이라든지 여러 가지 주워들은 이야기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HIV가 인체에 들어와서 하는 일은 신체의 면 역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에 그 안으로 어떤 바이러스든지 들어오면 그것이 증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감기, B형 간염, 결핵(TB) 등의 질병이 찾아오는 거죠. 그런데 이상하게 잘 낫지 않고, 낫지 않는다고 모두 HIV/AIDS라는 건 아니지만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이상하게 여기면 혈액 검사를 해 보는 겁니다. 보통 인도, 아프리카 등지의 사람들은 이 때서야 자기가 HIV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잠복기가 이미 한참 지난 후에야 알게 된 것이기 때문에, HIV가 체내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죠. 또 그 잠복기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HIV를 더 전염시켰을지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HIV 감염자와 추이를 정확하게 추산해 내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AIDS는 이 제3기가 한참 진행된 후인 제4기를 말합니다. 제3기와 마찬가지의 상태가 계속해서 진행되다가 상태가 심각해지면 AIDS 판정을 의사가 해주는데요. 이 '심각하다'의 기준은 면역 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CD4 세포'라는 세포의 수를 측정하여 그 수를 기준 삼아 판단합니다. 이 CD4 세포가 350 이하이면 보통 AIDS다, 라고 말해요. 그러나 무 자르듯 딱 잘라 구분해서 말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HIV가 한 번 인체에 들어오면 나갈 수 없이 상태가 진행되기만 할 뿐이니까요.

 

HIV의 감염과정

▲ 출처 : 써빙프렌즈 인도사업장 AIDS 연구 클리닉

이제 HIV가 체내로 감염되는 그 순간, 인체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가까이서 살펴봅시다. ^^ 다소 복잡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부담 갖지 마시고 편안하게 보아 주세요.

우선 HIV의 감염을 알기 전에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는 '백혈구'를 알 필요가 있는데요. 이 백혈구는 마치 군대처럼, 우리 몸을 질병과 바이러스로부터 든든하게 지켜내는 역할을 합니다. 백혈구는 단 하나가 아니라 여러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T 세포, B 세포, CD4 세포가 그 구성원입니다.

T 세포는 흔히 K 세포(KILLER)라고도 합니다. 군대로 치면 직접 창 들고 칼 들고 와~ 하며 우르르 몰려가서 싸우는 병사들과 같은 역할이에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것들이 몸에 들어오면 그 바이러스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직접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역할입니다.
B 세포는 군대로 치면 포병과 같은 역할입니다. T 세포처럼 직접 달려들어 바이러스를 퇴치하기보다, 멀리서 대포를 쏘듯 액체의 무언가를 쏘아 바이러스를 퇴치합니다. B 세포가 쏘는 액체 물질을 우리는 '항체(ANTIBODY)'라고 불러요. :-)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죠?
CD4 세포는 그럼 무슨 역할을 할까요? CD4는 파수꾼 겸 지휘자입니다.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바이러스가 들어왔으니 공격하라'고 T 세포와 B 세포에 지시하는 역할을 해요. 또 이 CD4 세포의 역할은 거기 그치지 않는데요, DNA를 갖고 있어 세포를 찍어내는 세포 공장 역할도 할 수 있답니다. 머리카락이 빠진다든지, 피부가 먼지가 되어 날아간다든지 한 자리에 새로운 세포를 쏙쏙 채워넣어 줄 수 있는, 그야말로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 백혈구의 구조가 이해가 되셨나요? 그럼 본격적으로 체내에 HIV가 들어왔을 때 HIV가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가 봅시다. HIV는 체내에 유입될 때 바이러스 겉에 껍데기처럼 가짜 몸체를 뒤집어쓰고 들어가요. 이 몸체는 마치 미네랄이나 음식물처럼 보여서 CD4 세포가 에너지원으로 흡수하고 싶어지는 모양새를 하고 있어요. CD4 세포는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에너지원인지 아닌지를 체크하기 위해 HIV에 들러붙는데요. HIV에서 이 때 붙은 CD4 세포가 떨어질 수 없도록 꽉 붙잡습니다. 그리고 HIV의 가짜 몸체를 열고 진짜 바이러스를 CD4 세포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나면 이제 CD4 세포는, 군대의 수뇌부는... 적에게 점령당한 거예요.

CD4 세포가 아무 지시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T 세포와 B 세포도 멀뚱멀뚱 있을 뿐 어떤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공격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CD4 세포에 있는 DNA에 자기의 RNA를 은근슬쩍 붙여서 HIV는 세포 공장이었던 CD4 세포를 HIV 찍어내는 HIV 공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아무 에너지원도 먹지 못한 채 한참 HIV를 무한 복제해내고 난 CD4 세포는 결국 죽어버리고 말아요. 그래서 HIV가 체내에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나면 HIV의 숫자는 늘어나고 CD4 세포의 숫자는 줄어들게 됩니다.

정상인의 CD4 세포 숫자는 2000 가량이에요. 그러나 AIDS 판정이 난 사람의 CD4 세포는 350 이하입니다. 상태가 심각해지면 나중에는 16이라든지 9라든지 하는 숫자의, 말도 안 되는 CD4 세포 숫자가 되기도 해요.

분명 지극히 과학적인 세포 이야기를 들었는데 마치 한 왕조가 망하는 과정을 본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한 사람의 역사가 담긴, 한 사람의 몸이 죽어가는 과정이어서일까요. HIV가 더욱 미워지고 또 퇴치하고 싶어지는 것은, 얄미울 정도로 속이면서 들어오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HIV가 어떤 과정으로 인체에 들어오는지, 또 그렇게 HIV가 들어오면 인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오늘 함께 알아봤는데요. 어떠셨나요?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좀 소름도 끼치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끔찍한 것이었구나 싶어 저의 무관심했던 날들에도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우리의 작은 관심, 작은 캠페인이 거대한 그래프의 선을 꺾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HIV/AIDS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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