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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하늘, 나무, 그리고 사람 #2

써빙프렌즈 2014. 8. 7. 11:33


탄자니아에 도착하자 마자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작년에 이미 서른의 나이를 한국에서 보냈는데, 탄자니아에서 또 다시 서른이 된 것이죠. 졸지에 1년을 거저 얻은 것 같았습니다.

 

거저 얻은 삶!!

이 세상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 삶도 어쩌면 거저 얻은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새로 얻은 이 1년이라는 시간과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에 누군가를 섬기면 산다는 것이 어찌 보면 잃을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나날들이라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Hamna sida!” “Polepole!”

문제 없어! 천천히 해~ 탄자니아에 오면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손꼽히는 말입니다.

어찌 보면 듣기 좋은 말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약속시간이 지켜지지 않아도, 일이 지연되어 계획에 차질이 생겨도, 차가 고장 나 도로가 꽉 막힌 상황에서도탄자니아 사람들은 “hamna sida”를 말하며 기다리라고 합니다.

 

하루는 우물 파는 시추기 중 일부 부품이 고장 나서 수리를 맡겼는데, 아무 문제 없다고. 이틀 뒤에 찾으러 오라고 했지만, 막상 정비소에 찾으러 가면 “hamna sida~ 내일와~” 라고 말한답니다. 그러기를 반복하면 며칠은 기본이고, 몇 주가 훌쩍 지나버립니다. 한 달 전에 들어왔어야 할 파이프들도 아직도 내일, 내일하며 지연되고 있습니다.

 

탄자니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모든 것이 문제가 많은 곳 하지만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곳, 때로는 울화통이 터지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일들이 조금 늦어진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곳이 바로 탄자니아인 것이죠. 그래도 지금 이 시간에도 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서두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이 순간에도 간절히 우릴를 기다리는 현지 마을이 있기에 서두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비소에도 직원들에게도 조금만 서두르자고 합니다. 그러면 돌아오는 말은 탄자니아 속담 중의 한마디 'Haraka Haraka Haina Baraka'(서두르면 축복이 없다.)입니다. 애써 웃으며 Baraka iko hapa! Haraka kidogo (여기에 축복(제 이름)이 있다! 조금만 서두르자~)라고 이야기하곤 하죠. 지금 이 시간에도 문제가 해결 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는 왕복 14시간이 걸리는 Mvulu 지역에 현장 리서치를 다녀왔습니다. 정말 문자 그대도 포장되지 않은 산을 넘어야 했고, 또 우기철이라 갑자기 생긴 강도 건너야 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Mvulu 지역에 위치한 Eshklesh 마을은 Barbaik 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아직까지 문명을 접하지 못해서인지 태초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Barbaik 족은 한때 Maghati (마사이의 원수라는 뜻)족이라고 불리었는데, 이는 마사이족과 생활 방식이 유사하여 많은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탄자니아 부족인구 1위인 마사이족에게 쫓기어 물 한 방울 없는 지금의 마을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Barbaik 족에는 속죄제의 풍습이 있어 누군가 죄를 지었을 때는 짐승으로 그 죄를 대신하고, 심지어 사람을 제물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수맥 탐사 장비를 통해 우물을 시추할 곳의 위치를 정하고, 현 주민들의 살아가는 터전을 살펴보고 그렇게 다시 7시간을 거쳐 돌아왔습니다.



써빙프렌즈 단원으로 첫 우물을 파게 되었습니다. 우기 시즌에는 길이 좋지 않아 장비들이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가까운 곳에 있는 Njirohill 초등학교에 우물을 파게 되었습니다. 첫 우물을 판다는 생각에 설레고 사진으로만 보던 그 광경들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제 손으로 일궈 낸다는 것에 벅찬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이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학교 앞에서 9톤 트럭이 빠지기도 하고, 시추를 해야 할 포인트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무려 반나절이 걸렸습니다. 시추기가 자리를 잡고 시추 작업이 시작되었고, 저는 현장 정리와 촬영을 하며 기다렸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 무렵, 현지 스탭인 피터가 곧 물이 나올 것 같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이 채 되지 않아 물이 조금씩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소 120미터 정도(2~3일 작업) 땅을 파야 물이 나올 것 같았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고작 18미터 1시간 반 만에 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솔직히 감동보다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물 파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인가?’, ‘정말 별거 아니네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린 걸까요, 아님 말이 씨가 된 걸까요. 이틀이면 마무리까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water level(수위)이 부족하여 일주일을 파도 water level이 늘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중간에 Basalt/Gravel(물을 흡수하는 지층, 현무암층)을 만나면서 그나마 시추되었던 물들이 사라지고, 심지어 시추기의 비트가 땅속에 끼여서 나오지 못하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결국 이 곳에서의 작업은 포기하고 철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추 실패로 무거워진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 예정지인 Moshi Msalanga Compassion에 있는 Open Evangelistic Student Centre에 우물을 시추 하러 갔습니다. Moshi Arusha에서 2시간 반정도 떨어져 있으며, 모든 장비가 이동하는 데에는 5~6시간 정도 소요가 되기 때문에 시추 할 곳에 텐트를 치고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좁은 입구로 차가 들어가기 까지 3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야영을 할 곳은 물도, 전기도, 지붕도 있는 곳이라 현지직원들은 현장 중에서는 5성급 호텔과 다를 바 없다며 매우 좋아라 했습니다



처음 하는 야영생활이었지만, 너무나도 예쁜 현지 아이들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맞이해 주는 아침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직원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하루 종일 많은 대화들을 나누고 일과 후에는 음악과 영화를 즐기며 그렇게 함께라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해 본 일주일 간의 야영생활뿐만 아니라, 첫 우물 시추의 성공은 제겐 너무나도 큰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더 이상 물을 긷기 위해 먼 길을, 그리고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 동안의 많은 어려움들도 잊게 할 만큼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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